성폭력 타킷된 할머니들

“뭐 좋다고 신고햐.. ” 할머니는 오늘도 빈집서 마음 졸인다

[동아일보] 입력 2013.12.13 03:10| 수정 2013.12.13 09:31

백발의 파마머리를 한 그녀는 키가 150cm쯤 돼 보였다. 80년을 버틴 얼굴 피부는 고목 껍질처럼 억셌다. ‘○○노인복지센터’라고 쓰인 형광색 조끼에 검은색 털신. 배꼽까지 올려 입은 바지의 고무줄이 볼록 나온 배를 이등분했다. 시골 ‘우리 할머니’ 모습 그대로였다.

신모 할머니(80)는 ‘그놈’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빛이 변했다. 5일 충남의 한 읍내에서 만난 그녀는 “나한테 그놈을 데려와. 칼로 콱 찔러 죽일 겨”라며 격분했다. 신 할머니는 지난해 여성 노인 상습 성폭행범인 양모 씨(49)에게 자신의 집에서 두 차례 성폭행당한 피해자였다.

성폭행당한 노인의 상처는 컸다. 지난해 40대 남성에게서 두 차례 성폭행당한 충남 신모 할머니(80)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할머니는 가해자와 덩치가 비슷한 남자만 보면 놀라 달아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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