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못이겨 남편 살해…“정당방위 안 돼”
가정폭력 못이겨 남편 살해…“정당방위 안 돼”
입력2014.05.14 (07:12)수정2014.05.14 (08:04)
수십년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여성에게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혼이나 폭력신고 등의 조치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생명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20년 넘게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48살 윤 모씨는 지난해 9월, 남편을 살해한 뒤 자수했습니다. 윤 씨는 법정에서 남편이 목을 조르고 둔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이 점점 심해졌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윤 씨가 남편과 이혼을 하거나 수사 기관에 신고해 당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생명을 살해한 행위는 정당방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점 등을 감안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엽(북부지방법원 공보판사) : “가정폭력을 당해왔더라도 행위 당시에 구체적인 폭행이 없었던 경우에는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는 없다…”
윤 씨측은 더 큰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어려웠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녹취> 피고인 윤 씨의 딸 : “(엄마가)결혼하기 전부터 (아버지로부터)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게 너는 나를 떠나면 너네 친정 식구는 물론이고 엄마도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여성 단체들은 정당방위의 범주를 좁게 해석한 그간의 판결이 되풀이됐다고 주장합니다.
가정 폭력으로 남편을 살해한 여성 21명의 재판 결과에서 여성의 정당방위가 인정된 사례는 아직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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