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엄마다…가정폭력 피해여성 셸터, ‘무지개 가족 선교회’

크리스마스는 엄마다…가정폭력 피해여성 셸터, ‘무지개 가족 선교회’
‘마음 치료’ 받은 딸들 모여 엄마 집값 먹으며 ‘친정 파티’
댓글 0 [LA중앙일보] 발행 2014/12/25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4/12/24 21:17 ”

보고 싶은 얼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무지개 가족 선교회(대표 이지혜)를 찾아온 셸터 졸업생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무지개 가족 선교회 제공]
“감사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열린 대문으로 출가했던 딸들이 하나 둘 모였다. 피부색부터 전과.병력, 출생지도 다 다르지만 이 집에 들어오는 순간 모두 한 가족이다. ‘이 집’은 부에나파크에 있는 무지개 가족 선교회. 가정폭력과 인신매매 피해여성들을 위한 셸터다.

올 크리스마스에도 어김없이 셸터를 졸업한(?) 딸들이 친정집을 찾았다. 딸 10명과 그들의 자녀까지 모두 26명이다. 가깝게는 리버사이드.밸리.사우전드옥스부터 멀게는 애리조나 등 타주에서 온 이들도 있다.

24일 무지개 가족 선교회의 이지혜(64) 대표는 “잘 곳이 부족해 거실에 모두 침낭을 깔고 누웠는데도 이렇게 포근하고 감사할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어디 좋은 곳에 캠핑 온 기분”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 이씨가 만든 이 셸터는 교도소 사역과 출소자 재활교육, 각종 중독 및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이곳을 친정이라 생각하고 의지하는 딸들은 300명을 훌쩍 넘긴지 오래다.

이씨의 가족들은 지난 20일,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었지만 딸들은 내일 모두 떠난다. 딸들은 친정엄마의 집밥을 먹으며 ‘첫 직장을 잡았다’,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기로 했다’, ‘아기가 이제 옹알이를 시작했다’는 등 이야기 꽃을 피웠다. 사정상 이곳을 찾지 못한 이들은 사진을 넣어 카드를 보내왔다. 카드는 하나같이 ‘디어 맘(Dear. Mom)’으로 시작한다.

이씨는 “오늘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불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고 ‘고맙다’란 말을 건넬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무지개 가족 선교회는 내년 건물을 2층으로 개조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게 소망이라고 전했다. 선교회에는 하루가 멀다고 귀를 의심할 만한 끔찍한 사연이 들어온다. 남편이 던진 냉동육에 맞아 한밤중 응급실을 들락날락 거리던 아내, 도박중독 남편에게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던 임신부, 옷가지도 없이 거리를 떠도는 안타까운 얼굴들이다.

이씨는 “셸터에 지금 당장 와야하는 이웃들이 대기순번을 뽑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서로서로 어깨를 빌려주는 게 크리스마스의 기적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2014년 크리스마스, 그 자체가 기적이다.

▶문의: (323) 350-3046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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