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18세 자녀 집안 절반이 가정폭력 경험….”적극 신고해야”
[무너지는 가계, 흔들리는 가정] 18세 자녀 집안 절반이 가정폭력 경험….”적극 신고해야”
‘현실 불만’ 가정폭력 근본 원인… “경제난에 멍드는 가정”
최수연 기자
(mehake@ajunews.com)
| 등록 : 2015-05-14 16:51
| 수정 : 2015-05-1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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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A(33)씨 남매는 지난 1일 오전 6시께 경남 사천시내 집 마당에 있는 아버지를 전기 충격기로 넘어뜨리고 가스분사기를 얼굴에 분사한 뒤 각목과 철근 등으로 마구 때려 살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수년간에 걸친 경제적 도움을 거절한데 대한 앙심과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남매와 어머니에게 휘두른 폭력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남매 어머니도 이 범행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됐다.
#결혼해 세 아들을 둔 B씨(40)는 걸핏하면 아이들을 야단치던 부인에게 ‘좋은 엄마가 아니다’며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았다. B씨는 구구단을 못 외운다고 아이들을 야단치던 부인의 머리채를 잡아끄는 등 폭행했으며 일기와 그림 숙제를 하지 않아 야단치던 부인을 끌어내 패대기쳐 전치 2주의 타박상을 입히기는 등 폭행을 일삼았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 법원은 김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인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신경질적으로 표출하고 이에 대해 B씨도 공격적인 방법으로 대응했다는 이유다.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이 절반 가까이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는 정서상 가정 문제를 사회가 적극 개입할 수 없어 시간이 갈수록 가정폭력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엔 가정폭력이 살인으로까지 비화되는 경우도 많은데다, 가정폭력이 대부분 대물림 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2013년 1만6785건으로 2012년 8762건보다 약 2배 늘었다.
유형별로는 아내학대가 11,759(70.1%)건으로 가장많았고 남편학대 832건(5%), 자녀학대 460(2.7%), 노인학대 607건(3.6%), 기타 3127건(18.6%) 등의 순이었다.
또 여성가족부가 최근 만 18세미만 자녀를 둔 전국 138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46.1%가 지난 1년간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답했다. 폭력의 종류로는 신체적 폭력 18.3%, 정서적 폭력 42.8%, 방임 5.0% 등이다.
또 45.5%가 부부간 폭력이 있었다고 답했다. 폭력의 종류는 정서적 폭력 37.2%, 방임 27.3%, 신체적 폭력 7.3%, 성 학대 5.4%, 경제적 폭력 5.3% 등의 순을 보였다. 또 부부폭력을 경험한 응답자 중 6.2%가 신체적 상해가 있었다고 답했으며, 17%는 정신적 고통이 있었다고 답했다.
가정폭력의 원인으로는 ‘현실 불만’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14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보호 사건으로 보호처분 결정을 받은 이들 가운데 24.5%가 ‘현실불만’을 이유로 가폭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보호 사건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을 받는 가족간의 상해·폭행 사건 등을 말한다
우발적 분노에 의한 사건이 21.4%,부당한 대우·학대를 받은 경우는 17.0%였다. 연령대 별로는 40대가 38.9%, 50대가 30.6%로 다수를 차지했다. 폭력행위의 상대방은 배우자가 72.8%,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인 경우가 14.6%로 집계됐다
김영미 세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가폭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부모와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가폭을 싫어했으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학습이 돼 가정폭력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을 울타리 내부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에 따르면 부부폭력이 일어났을 때 68%가 ‘그냥 있었다’고 답했다. ‘자리를 피하거나 집밖으로 도망’ 16.8%, ‘함께 폭력행사’ 12.8% 등이었으며 ‘주위에 도움 요청’은 0.8%에 그쳤다. 여성 피해자의 40%는 ‘그 순간만 넘기면 되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부폭력 경험자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가해자를 반성시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가부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가정폭력은 가정 구성원 사이 벌어지는 일로 치부되며 은폐되는 특성이 있다. 특히 이웃사촌, 친척, 경찰 등도 가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함부로 개입을 못하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특히 피해 당사자는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하는 경우와 아이의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가정 내부의 문제로만 치부해서 쉬쉬하고 내버려 두면 가폭을 더욱 키우게 된다. 가정내 폭력은 한번 시작되면 지속기간이 10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으로 신고해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기자 mehak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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