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부부만의 문제 아닌 자녀 미래까지 영향”
“가정폭력, 부부만의 문제 아닌 자녀 미래까지 영향”
■ 광주 서부경찰서 가정폭력 전담 양정아 경사
피해자 보호 ‘솔루션 위원회’ 운영… “전담 경찰 인력 확보해 추가 피해 예방”
입력시간 : 2014. 06.04. 00:00
“가정폭력은 단순히 부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아가 자녀들의 성장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광주지역 5개구 경찰서 최초로 가정폭력 보호를 위한 ‘솔루션 위원회’ 운영과 함께 피해가정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여성 경찰관이 있다. 주인공은 광주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 양정아(38ㆍ여) 경사다.
양 경사가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으로 활동하게 된 건 지난 2012년 7월부터다. 다른 업무와 달리 개인 가정사, 부부 만의 고충을 혼자 담당했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 양 경사는 업무 수행 중 다양한 가정폭력 피해자들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대한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양 경사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남편에게 맞는 부인과 자녀들이다”며 “남편들이 술에 취해 부인과 언쟁을 벌이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말리는 자녀들까지 때리고 심할 경우 흉기를 휘두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부부 사이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자라는 자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또 다시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양 경사는 지속적인 폭력 피해를 당하면서도 신고를 주저하고, 경제적 문제 등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실질적인 보호책을 구상했다. 가해자 격리 뿐만 아니라 법률적 조언과 경제적 도움, 정신과 치료 등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 솔루션 위원회’를 지난 4월 9일 발족시킨 것. 위원회는 가정법원 가사과장, 서구청 사회복지과장, 법무법인 변호사, 보호시설 원장, 정신건강증진센터 정신과 전문의, 서창농협(경제지원과)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됐다.
솔루션 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던 중 40대 아들로부터 상습적인 폭력과 협박에 시달려온 70대 노모와 아들, 딸이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아버지 A(49)씨로부터 어머니(70)와 딸(19), 아들(17)이 수년간 폭언과 폭행을 당하면서 정신ㆍ육체적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양 경사는 “당시 노모와 자녀들이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한 A씨로부터 노출돼 있어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해 철저하게 격리시켰다”며 “현재 A씨는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피해자 가족들은 생활비 및 장학금 지원과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아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전했다.
양 경사는 “가정폭력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주저없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폭력은 육체적인 것보다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힌다. 앞으로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 인력도 확보해 추가 피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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